성인이 된 후 독립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았던 나는 결혼해서 부모님과 드디어 떨어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주체가 되는 집이라니! 진짜 어른이 되는 느낌에 떨림과 기대의 연속이었다.
아쉬울 법도 한 딸의 독립에도 드라마처럼 서로 서운한 맘에 가시 돋친 말을 하며 싸운다거나
또는 슬픈 감정이 터져 나와 끌어안고 우는 등의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짐을 옮기며 비어가는 방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어느 날 허전한 방 한가운데에 앉아 서랍정리를 하고 있을 때 아빠는 슬쩍 들어와 침대맡에 앉았다.
아쉬움과 슬픔을 접어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난 아빠의 맘을 모른다.
그날 침대맡에서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학창 시절 늦은 밤, 이른 아침 나를 데리러 오고 나를 마중해 주던 아빠를 알고
당신 출근 전 자식 차에 쌓인 눈과 차 유리에 얼어붙은 성에를 꼼꼼히 제거하던 아빠는 알지만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할 때 나와 마주 본 얼굴에 쓰인 미소가 무엇일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잔소리꾼이 사라져서 집에서 세상만사 편하다고 했다는 아빠에게 이제 전화를 한다.
잔소리를 하는 내 맘은 알려나 모르겠네.
본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및 글은 모두 올디니가 직접 촬영 및 작성한 것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올디니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용도와 불법적인 무단 도용 및 일부 발췌 또한 허락하지 않습니다.
무단 도용 시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민형사상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진행 및 법적 처벌하겠습니다.
'단편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디니단편일기_결혼을 하고 난 엄마가 정답이 되었다. (0) | 2023.02.21 |
---|---|
#올디니단편일기_ 원대한 나의 계획에 빠진 중요한 그것 (0) | 2022.11.07 |
#올디니단편일기_이불 덮고 잘 준비만 하면 생각나는 꼰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 (0) | 2022.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