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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일상4

#올디니단편일기_난 아빠의 맘을 모른다. 성인이 된 후 독립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았던 나는 결혼해서 부모님과 드디어 떨어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주체가 되는 집이라니! 진짜 어른이 되는 느낌에 떨림과 기대의 연속이었다. ​ 아쉬울 법도 한 딸의 독립에도 드라마처럼 서로 서운한 맘에 가시 돋친 말을 하며 싸운다거나 또는 슬픈 감정이 터져 나와 끌어안고 우는 등의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짐을 옮기며 비어가는 방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어느 날 허전한 방 한가운데에 앉아 서랍정리를 하고 있을 때 아빠는 슬쩍 들어와 침대맡에 앉았다. 아쉬움과 슬픔을 접어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 난 아빠의 맘을 모른다. 그날 침대맡에서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상상할 .. 2023. 2. 23.
#올디니단편일기_결혼을 하고 난 엄마가 정답이 되었다. 당연한 것에 무뎌진 마음은 감사함도 희미해진다. 엄마 그늘 아래 있을 때엔 불만이 가득했다. 머리가 좀 컸다는 생각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일만 보였고 엄마의 행동은 답답했다. 바보같이 구는 모습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던 때도 있었다. 엄마의 최선은 기성세대의 멍첨함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문득 드는 알 수 없는 애잔한 마음에 효도랍시고 알량한 지갑도 열었었다. 속 썩이는 다 큰 자식의 작은 보답에도 엄마는 고맙다 했다. 그 그늘 아래에선 난 세상 제일가는 잘 자란 딸이었다. ​ ​ 결혼을 하고 난 엄마가 정답이 되었다. 모든 걸 다 안다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건 나고,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모든 걸 다 알고 있던 건 엄마였다. 똑똑한 척 혼자 잘난 딸.. 2023. 2. 21.
#올디니단편일기_ 원대한 나의 계획에 빠진 중요한 그것 오랜만에 올리는 나의 오래된 끄적임. 나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 길게는 10년에서 20년, 짧게는 6개월 세세함까지는 아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하는 적당한 시기, 적당한 위치, 적당한 발전이 내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 성인이 된 후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플랜을 잡았고, 성과와 부진을 겪으며 점점 더 견고해졌다. 피 터지게 열심히 한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진행해가며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어!를 외치며 작게는 졸업학점 채우기부터 크게는 취업성공을, 연애부터 나의 결혼과 2세에 대한 생각까지, 호기롭게 이 정도는 해야지를 생각하며 원대한 꿈을 꿨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다 되는 게 어디 있나? 세상 혼자 사는 게 아닌데, 나 혼자 성심을 다한 계획에는 상대가 없었다. 넘을 수 없는 .. 2022. 11. 7.
#올디니단편일기_이불 덮고 잘 준비만 하면 생각나는 꼰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 점심시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원이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점심 먹으러 나가자고 말한다. 그런데 자꾸 맘에 걸리는 말 "과장님, 밥 드시죠" 언뜻 들으면 존댓말인가? 싶다가도 묘하게 거슬리는 말이었다. 군대도 아니고 다나까는 아니어도... 직장에서 맞는 어법인지에 대해 계속 고뇌했다. 그리고 이걸 내가 지적하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까지도... 초록창부터 국립국어원까지 "~죠"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을 읽었다. ​ 그리고 결국 난 말했다. "신입아, 밥 드시죠는 존댓말이 아니야" 그러자 눈이 커진 신입은 "그럼 진지...?"라고 했다... (진지는 어떻게 아는지...) "식사..." "아..." "~~죠 도 존댓말 아니야. 외근 나가서 업무 볼 때 말투 조심해. 업무 이외의 것으로 욕먹으면 그게 세상 제일 짜..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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